우리는 물가에 앉아 있다
나는 차가운 물에 손끝을 담근다물에 적신 손끝으로 쓴다
너른 돌 위에 적는다 문장은 투명하지 않다 문장이 젖어 있다가 이내 마른다 너는 날아가는 문장을 물끄러미 보다가 물이 하얗다, 하얗다고 말한다 나는 물 속에 손을 넣는다물 속에서 내 손은 실제보다 훨씬 크게 보인다
이것 보라고 다 비치지 않냐고내가 너에게 말하고
내 손은 여기에 있는데
너에게 이 손은 여기에 없고
너에겐 불투명한 흰색만이 보이고
이것은 물이 아니라 벽이라고 말한다 내 손이 흰 벽에 갇힌다 흰 벽이 멈춘다 어느 곳으로도 흐르지 않는다 벽은 단단하고 따뜻하고 벽 안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고 너는 내 손을 잡지 못하고